山槪念圖˚♡。地圖

백화산(白華山) 1,063.5 m

古山. 2006. 11. 29. 08:03


위치 :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마성면,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면

백화산은 주흘산, 조령산과 지근거리에 위치한 산인데도 성질이 아주 다른 산이다.
조령은 화강암의 돔형 바위가 둥그스럼한 능선과 봉우리를 만들고 있어서 특이한 산세를 보인다. 백악산, 도봉산, 북한산, 수락산 등에서 볼 수 있는 인상이다. 한여름 푸른 숲과 하얀 다위의 대조는 지평선에서 가장 시원한 조망을 제공한다. 온통 녹색인 여름의 캔버스에서 돔형, 치마바위형의 원추형 암봉들은 우리 눈에 자연조망의 궁극적인 미 중의 하나를 제공한다.


사진: 오서골에서 본 백화산

능선이 펑퍼짐한 육산의 모습이다가 육산의 연장으로 동일한 윤곽선상에서 암봉으로 바뀌어 세월에 하얗게 씻긴 부분을 녹색으로 통일된 지평에 솟아 있으면 웬지 마음속부터 일렁임을 느끼게 된다. 수안보를 지나 조령산에 가까워지면서 눈에 들어오는 조령산 암봉들은 그런 느낌을 강하게 준다. 그런가 하면 주흘산의 바위는 화강암이 아닌 회색의 쇠락이 심한 바위이지만 백화산에서 내려오며 바라본 주흘산의 암봉들은 화강암 돔형이 아닌데도 끝이 둥글둥글한 것이 하늘을 향해 파도치듯 일렁이는 것이 장관이었다. 주흘산의 혜국사쪽 능선에서 주봉이라고들 하는 1070미터 능선봉까지의 호쾌한 능선은 내가 본 능선조망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모습이었다. 능선이 격동기의 주가 그래프처럼 맹렬하게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 이화령에서 내려오며 주흘산을 보면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런데 백화산에서 내려오며 동네로 접근할 때 보이는 주흘산의 모습은 머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강열한 인상을 남긴다. 공룡능선이나 용아장성은 톱니바퀴처럼 보이지만 이 주흘산 능선은 겸재의 실경산수화 중의 하나처럼 화가가 호방하게 자신의 마음에 드는 가장 드라마틱한 산형의 스케치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진:백화산의 운해조망

그런 조령산과 주흘산과 또 달리 백화산은 산의 한쪽이 이따금 깎아지른 단애로 이루어져 있다. 백화산은 조령이나 주흘에 비해 찾는 사람이 적다. 조령, 주흘을 여러번 오르다 보면 언제나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찾는 사람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볼 것이 적다는 얘기일는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화려하지 않은 수수한 산이 명소가 많되 사람들이 북적대는 산보다 나은 것을 본 적이 많다. 인적에 밟히지 않은 야생초의 웃자란 잎에서 보다 싱싱하게 자연을 빛내고 있는 작은 꽃들이 피거나 지는 품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백화산을 오르기로 한 배경에는 조령산의 암봉 같은 것은 아닐지라도 보기 좋은 암봉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잠재해 있었다. 어느 산행기에 백화산의 암봉에 관한 기사도 보였다. 그러나 그 암봉을 문자 그대로 암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지금은 의아한 느낌이다.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다. 백화산을 오르기로 한 이유중에는 정상에 올라가면 주흘산의 특이한 장관을 조망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조금은 작용했다.

백화산은 외형으로 보면 그저 평범한 육산으로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방향에 단애를 이루고 있는 곳이 여러군데 있고 숲속에서도 여기저기 느닷없이 치솟은 단애가 보이기도 한다. 장마비로 산행이 어려워야 할 7월 17일. 백화산으로 들어가는 오서골 마을은 작열하는 태양아래 숨을 몰아쉬며 헉헉거리는 인상이다. 이화령을 넘어가던 안개도 헤실헤실 풀리고 어느새 산입구에 다다랐을 때에는 나무 사이로 단애로 끊어진 능선들이 여럿 보였다. 그 중 가장 높은 것이 정상이리라.


산입구는 오서리 마을을 지나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 넓은 과수원 생울타리를 따라 나 있는 산길로 되어 있다. (왼쪽 계곡으로 들어와야 한다. 이 길은 백화산 주봉과 일직선상에 있다)어느새 아침 안개가 덮쳐와 산의 형상을 짐작하기가 어려웠지만 안개 사이로 보이는 깊은 숲이 다가와 따갑게 내려 비치던 해를 가려준다. 더위가 얼마나 심했던지 걸어가는 사이에도 저만치 보이는 소나무, 활엽수의 키큰 나무들이 빨리 다가와 주기를 바랄 정도였다. 단 몇 분 동안의 뜨거운 햇살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데 숲이란 이름의 시원한 터널이 바람과 생기를 잔뜩 채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날 아침의 안개와 안개가 피워오르는 숲은 비할 데없는 싱싱한 아름다움 그것이었다. 왜냐하면 안개는 연극이 공연되는 무대앞에 쳐진 장막이었기 때문이었다. 안개사이로 드러나는 눈앞의 소나무와 가지끝에 지나가는 안개자락은 무대를 가린 커다란 커튼인 셈이었다. 그것이 마침내 걷히는 순간 산은 한여름 뙤약볕 아래 힘차게 성장한 모습으로 골짜기의 가장 미세한 굴곡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극적으로 드러내보여주었다. 가장 효과적인 장면은 정상을 포함한 능선과 능선을 단절하는 거대한 절벽이 푸르른 청산에 하얗게 빛나고 있는 점이었다. 그것은 조령산의 돔형 바위도, 주흘산의 끝이 뭉툭한 쇠락형 바위도 아닌 밋밋하게 능선이 달리다가 느닷없이 능선이 끊어지며 없어져버린 장면이었다. 지금은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그 능선의 단절이 빚어내는 파격의 효과는 정말 숨을 멈추게 할 정도로 극적인 데가 있었다.


이윽고 계류가 나타나는데 가물어 수량이 변변치 못하다. 처음 접근해본 계류는 이 마을의 식수원이다. 조그마한 소에 자그마한 유구를 만들고 그 안에 수도와 연결된 도관과 불순물을 거르는 장치가 들어 있다. 가는 구멍이 수없이 뚫린 알루미늄 박스를 통해 물이 어느정도 걸러지는지, 수도꼭지로 나가기전에 한번 더 여과되는 과정이 있는지(그럴 것 같지 않아 이곳 사람들의 식수관리가 전체적으로 소홀한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물맛은 좋았다. 나중에 내려오면서 간이수도 장치가 있는 곳의 위쪽에서 물을 먹으려다 보니 개울물안엔 올챙이가 까맣게 몰려있다. 기분이 께름직했다. 숲이 깊어 한낮의 산행도 해볼만 한 산이지만 34-35의 더위는 순식간에 온몸을 땀으로 휘감는다. 숲길은 더러는 너덜지대, 더러는 가만히 서 있어도 미끄러질 정도의 왕모래가 많은 급경삿길, 한두번 물이 거의 마르다시피한 개울을 건느게 하는데 나무는 거의가 활엽수였다. 떡깔나무 종류다.


해발 높이가 낮아 보이는 마을(해발 170미터 예상)에서 부터 정상까지는 적어도 900미터 가까운 높이의 벅찬 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활엽수림 아래 그늘은 시원하다. 능선에 올라서기 까지의 급사면은 숨이 가쁠만큼 가파르다. 능선에 오르면... 어떻게 되나? 급사면 아래의 산행은 오직 능선에 올라서기만을 염원하다. 나무둥치 사이에 빤히 보일 하늘 조각들이 그지없이 기다려진다. 조망이 없고숲이 울창한 비좁은 협곡일 경우 능선에서의 드넓은 조망기대는 땀방울이 비오듯 하는 조금함을 가져오고 그럴수록 능선의 바람을 쐬고 싶은 열망은 커져만 간다. 숨이 턱에 닿을 듯 걸음을 재촉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능선을 얼마 남기지 않고 걸음을 재촉하는 심장은 최고로 역동적인 힘을 발휘한다.


산길을 자세히 보면 백화산을 오르는 사람이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드디어 능선에 올라선다. 하지만 바라던 시원한 조망은 열리지 않는다. 빽빽한 활엽수림사이에서의 방황은 계속될 뿐이다. 바람도 그렇게 시원하지 않다. 일단 주능선에 올라서면 길만은 비교적 평탄해진다. 전국이 쩔쩔 끓는다는 3=5-36도의 더위라 1000미터 높이의 능선인들 별수가 있을리가 없다. 정상을 향해 능선을 따라가면 암봉이라기 보다는 커다란 바위가 독립적으로 능선위에 얹혀있는 곳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 능선은 올라갈 여유가 없다. 올라가보고 싶기는 한데...


정상은 이화령쪽인 황학산 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왼쪽으로 갈라져 60미터 정도만 더 가면 된다. 정상에서는 충북 연풍군 분지리 일대가 백화산을 정점에 두고 완전한 V자형 계곡을 이루어 시루봉 이만봉과 황학산, 이화령 사이에 오목하게 자리잡고 있다.(백두대간상 시루봉에 도착한 사람이 앞에 보이는 이화령을 빤히 보면서 그 직선거리의 5배가량을 우회해야 한다)그러나 조망은 썩 좋지 않다. 열기가 산야의 맑은 대기에도뻗쳐와 능선의 윤곽이 희미해졌기 때문이었다. 여름날 오후의 정상의 기온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뜨겁다. 햇빛이 장애물없이 그대로 쏟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숨이 막힐 지경이 된다. 그러나 숲속에 배낭을 내려놓고 풀밭에 누우기 금방 뜨거움이 가시고 어디선지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와 더위를 식혀준다.

젖은 옷을 벗어 햇볕에 널어두었더니 점심 먹을 동안에 깨끗이 말라버린다. 나무 그늘에도 슬링을 걸고 젖은 러닝셔츠를 걸어놓는다. 한 순간 백화산 정상은 홀로 항해하는 조그마한 배의 갑판과 같은 모습을 띤다. 어느 산이든 정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울 리가 있을까만 대개는 괜찮은 조망이 전개될 경우에 사진을 찍느라 한 시간이상 머무는 일은 있어도 40분을 넘기는 일은 별로 없다. 그러나 백화산에서는 워낙 땀을 많이 흘려선지 풀밭에 드러누워 빈둥거리는 맛이 여간 좋은 것이 아니었다. 잎이 길다랗고 가는 그늘사초는 고산지대 숲속에 널리 분포돼 있지만 항상 지나가기만 했지 드러누워 본 적은 없는 시원한 풀밭이다. 그늘사초 군락위로 바람이 불면 마치 길게 기른 시골처녀의 머리칼 같은 느낌을 준다.


숲 그늘에서만 왕성하게 자라는 이 고귀(?)한 풀밭위의 오수는 황제의 오수가 부러울 것이 없는 단잠이었다. 정상 바로 옆에는 높은 단애가 있었지만 풀밭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하산길은 황학산쪽으로 내려가다가 오서골로 향하는 보일락 말락한 산길을 택했다. 황학산쪽으로 내지르기에는 너무 우회하는 것같은 느낌이 들어셔였다. 실은 서울로 돌아갈 시간적인 여유가 문제였다. 서울에서 백화산까지 230킬로를 달려왔다. 다시 그 길을 일요일 오후 늦게 달려가려면 몇 시간이나 걸릴지. 백화산 정상에서 본 주흘산은 오종종하고 왜소해보였는데 백화산을 빠져나오면서 본 주흘산은 의외의 엄청난 포맷을 보여준다. 충격적이다. 백화산 산자락이 골짜기 안으로 내려오기전 어깨 끝으머리에 해당되는 능선 위로 본 주흘산은 마치 수묵화의 한 부분인 듯 보였다. 5시간 산행

상기 개념도 스크린 캡처 및불법복제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