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봉 1,734m 지리산
위치 :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 경남 하동군
이 코스에서는 심원골, 노고단, 돼지령, 임걸령, 반야봉등 지리산 서부의 주요 지형을 거치며 도중에 심원골, 피아골, 왕시루봉, 삼도봉등을 지척에서 볼 수 있다.
노고단-반야봉코스는 지리산의 서쪽부분에 해당된다. 지리산의 대계곡인 피아골과 심원골을 보면서 산행할 수 있는 평탄한 길이고 따라서 어려움이 없는코스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코스의 포인트는 봉우리로선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높은 반야봉에 오르는 것과 반야봉에서 지리산 주능선과 뱀사골을 조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심원골
심원골은 노고단-반야봉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과 고리봉-만복대와 노고단 사이의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합수하여 흘러내리는 계곡이다. 성삼재(1090)에서 노고단까지는 자동차도 올라가는 넓은 길이다. 이른 아침 햇빛이 해가 비치기 시작하는 길위로 가지를 뻗은 단풍든 신갈나무, 단풍나무의 황갈색, 붉은 색 단풍은 역광을 받고 찬란하게 빛난다. 오색으로 물든 노고단 일대의 밋밋한 산록은 아직 햇빛이 비치지 않아 제대로 빛을 낼 수 없는데도 오색으로 물든 거대한 융단같다. 노고단 산장이 멀지 않은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 서서 서쪽을 바라보면 화엄사가 있는 계곡이 내려다
돼지령부근에서 본 반야봉
보이고 계곡 저편 벌판에 자리잡은 구례읍이 보인다. 화엄사 계곡으로 올라오려면 거의 3시간이 걸리는 길인데 성삼재에서는 1시간이면 올라올 수 있으니 잘된 일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이 전망대에서 본 종석대(1366)는 노고단에 비해 낮은 봉우리인데도 서쪽을 향하여 당당하게 돌출하여 위엄있는 자세로 서 있다. 성삼재에서 고리봉 만복대로 이어지는 능선 일부에는 억새밭인 듯 이렇다할 색깔이라고는 없는 능선이 되어 있다. 이미 가을이 가버린 듯한 모습이다. 사실 평년 같으면 벌써 지나갔을 단풍철을 10월 하순에 지리산 주능선에서 보고 있으니 금년은 단풍철이 늦어도 많이 늦은 듯하다. 그러나 기온은 차다. 바람이 불면 오리털 자켓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노고단
산장으로 가까워지는 길에서 보면 노고단 능선은 산이라기 보다는 밋밋한 언덕으로 보인다. 차라리 성삼재에서 가까운 종석대가 높은 산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엄사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 서서보면 노고단으로 가는 산길도 엄청난 높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는 노약자도 1시간 정도 걸리는 쉬운 코스이다. 노고단 바로 아래 노고단 산장이 큼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취사장도 있고 야영을 할 수 있는 공터도 있는 넓은 곳이다. 산장을 지나면 보도를 깔아놓은 노고단으로 향하는 등산로다. 노고단에 올라가면 거대한 호롱불 형상의 돌탑이 맞이한다. 높이 솟아있는 반야봉의 밋밋한 정상능선이 병풍처럼 앞을 가로 막아 섰고, 멀리 천왕봉이 아스라하게 보인다. 노고단에서 반야봉 아래의 노루목과 임걸령까지는 훤히 보이지만 그 뒤는 안 보인다. 수많은 사람이 오늘도 지리산 종주에 도전하는 것은 노고단에서 보이는 어쩌면 반야봉 서쪽의 지리산과는 전혀 무관한 듯 48킬로의 먼거리 저쪽에 오연히 서서 하늘을 찌르고 있는 천왕봉의 위세 때문인지도 모른다. 노고단 일대는 민둥산이다. 수십평 넓은 고원에 풀한포기 자라지 않는다. 노고단에서 심원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휴식년제에 묶여 있다. 노고단아래 산복길로 돼지령으로 가는 길은 잎들은 대부분 떨어진데다가 응달이어서 을씨년스럽고 썰렁한 게 이미 가을기분이 사라진지 오래다. 그러나 산복길을 끝내고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서는 듯한 주릉선길에 서면 30여분이나 걸린 그 음침한 산복길이 주릉선의 화려함을 위한 준비기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돼지령
돼지령에 들어서는 순간 어둠은 걷히고 찬란한 황금빛이 넘치는 희망의 나라가 눈앞에 열리는 듯한 감동에 젖는다. 단 몇발자국으로 그렇게 세상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인지 놀라울 뿐이다. 오른쪽은 7킬로 쯤 떨어진 거리에 높직한 능선봉인 왕시루봉(1214)이 솟아있고 질등-질매재로 굼틀거리며 이어져와서 단풍에 물든 날이 선 능선이 노고단에 잇닿았으며 삼도봉에서 불무장등 통꼭봉으로 이어지는 또하나의 우람한 능선 사이에 서광으로 가득찬 피아골이 펼쳐지고 있다. 골짜기의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광망은 흰빛에 가까워지고 환히 빛나는데 그 신성한 하얀 빛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러한 경관을 보려면 지리산 능선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10월 중순, 아침 9시경의 맑은 날씨여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어 있어야 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없다. 돼지령에서 임걸령까지의 1시간여의 산행시간동안 몇 개의 봉우리에서 맞은 아침의 피아골조망은 우리의 산행길을 더디게 했다. 조망이 좋은 곳에서는 아침햇살에 비친 단풍든 산록을 보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돼지령이나 임걸령은 기복이 그리 심하지 않는 평탄한 산길이다. 돼지평전에서 피아골을 내려다본다. 피아골 계곡의 아랫쪽은 아직 푸른숲이 다. 솔바람 부는 돼지 평전에서 불붙은 단풍은 지리산록을 수놓으며 아래로 밀고 내려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평전 왼쪽으로 지척에 가까워진 반야봉이 의젓하고 멀리 노루목 부근 능선뒤로 천왕봉과 하봉이 보인다. 노고단은 상당히 멀어졌다. 능선 종주의 재미라고 하면 자신이 걸어온 거리가 알뜰히 저축한 예금통장처럼 불어나는 것을 뒤돌아보며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상나무
임걸령에 도착하기전 구상나무숲을 지날 때 하늘로 죽죽 뻗은 울창한 구상나무숲의 회색빛 줄기 사이사이로 노랗게 물든 활엽수의 단풍이 구상나무의 침엽을 뚫고 들어온 햇살에 빛나던 모습이 뇌리에 오래 남아 있다. 구상나무는 지리산에 많은 침엽수이다. 구상나무는 나무의 바위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상의 적절한 비유는 없을 듯하다. 강인하고 굳어 바위라는 이미지에 가장 걸맞는다.
반야봉에서 심원골로 내려오며 노고단-임걸령능선을 찍었다.
바람이 아무리 할퀴고 가지를 부르뜨려도 줄기는 곧기만 하다. 바위벼랑에 서서 가장 바람을 많이 받는 구상나무도 곧기는 마찬가지다. 의연하기가 이와같다. 어떻게 보면 무생물 같은, 푸른 화석같은 느낌마저 준다. 임걸령에서 올라오면 철쭉나무 군락지가 있다. 수령이 수10년씩은 된듯한 노목들이었다. 봄철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겐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제공할만 했다. 3시간 40분만에 노루목에 도착한다. 삼도봉을 본 뒤 피아골을 내려다보고 반야봉을 오른다.10년 전에 올라가던 기분과는 완전히 다르다. 진달래든 철쭉이든 구상나무든10년 세월이 흘렀으면 달라졌을 것이다. 산록은 진달래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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